내가 얼마자 자본주의란 개념을 잘못 알고 있었는지를 이 책을 읽고 확실히 알았다. 내가 알던 자본주의란 지금껏 '자본주의=민주주의'라는 개념이었다, 이 책을 알기 전까지는. 이 책 '자본주의'는 내가 만난 책의 모습으로 출판되기 전에 ebs다큐프라임으로 제작되어 한참 전에 방송되었다. 내용이 좋아서 현장에서 교육하고 계신 고등학교선생님들이 추천하기도 한 도서로 나도 그렇게 접하게 되었다.
자본주의를 설명해 주는 필독서 EBS다큐프라임 '자본주의'
자본주의는 EBS에서 5부로 제작된 다큐프라임의 내용을 한 권에 담아 출판됐다.
1장 '빚'이 있어야 돌아가는 사회 : 자본주의의 비밀에서는 내가 완전히 잘 못 알고 있었던 '돈'의 정체에 대해서 알려준다. 우리가 '돈'이라고 알고 있는 존재는 사실 '숫자'일 뿐이며, 우리가 쓰는 돈의 크기는 숫자상으로 돌고 있는 규모에 비하면 아주 작음을 알려 준다. 중요한 사실은 '은행은 돈을 빌려주지만 우리가 갚을 때는 돈+이자를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충격적인 건 내가 이자를 돌려주기 위한 돈은 다른 사람에게서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이 책을 읽어보면 확실히 알게 된다.
2장 위기의 시대에 꼭 알아야 할 금융상품의 비밀 : 우리가 믿고 가입했던 금융상품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알려준다. '고객님'인 내가 내 발로 가서 돈을 맡기고 있던 금융 회사들도 이윤을 내야 유지될 수 있는 기업일 뿐이라는 사실, 금융기업들은 수익을 내기 위해 '고객님'이 가입한 상품이 수익이 나던 안 나던 칼같이 '수수료'는 떼어가는 존재라는 것 등등 금융기업들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게 나를 깨우쳐 준다.
3장 나도 모르게 지갑이 털리는 소비 마케팅의 비밀: 알게 모르게 '소비자'인 우리를 샅샅이 조사하고 관찰해서 어떻게든 물건을 사게 만드는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심리적인 요인도 소개가 되어 있어서 왜 그토록 우리의 지갑은 납작하기만 한지 이해가 쏙쏙 되는 부분이 많다.
4장 위기의 자본주의를 구할 아이디어는 있는가: 엄청나게 늘어난 금융자본이 일부의 사람들에게 쏠림으로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자본주의의 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지금의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경제학적 관점을 소개해준다.
5장 복지자본주의를 다시 생각한다: 지금의 자본주의에서 더 나은 자본주의로 넘어가기 위해서 어떤 부분을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는지를 설명해 주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너무 많이 가진 일부의 사람들부터 보통 이하로 가진 훨씬 많은 사람들까지 누릴 수 있는 '자본주의'의 모습으로 복지자본주의를 소개하고 정부의 역할이나 국민들이 생각해야 할 부분들을 다룬다.
'자본주의'의 지은이
EBS다큐프라임 '자본주의'는 EBS에서 다큐로 제작된 후에 책으로 출판되었기 때문제 저자가 'EBS 자본주의 제작팀'으로 되어있다. 그래서 제작팀을 대표하는 제작팀 PD 정지은 님, 제작팀 작가 고희정 님이 주 저자로 소개되어 있다. 자료를 찾아보니 PD정지은은 2008년 대한민국 부모라면 누구나 다 관심 있게 보고 또 봤던 EBS다큐프라임 '아이의 사생활'을 제작한 장본인이었다. 그 당시에 얼마나 뜨거운 관심을 받은 프로그램이었는지 방송 이후 책으로 출판된 후에도 많은 판매고를 올려 빠른 시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자녀교육서로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으며 자녀교육 분야에서 그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정지은 PD는 '아이의 사생활'이 방송된 해에 한국 PD대상, 방송통신위원회 방송 대상 등 많은 상을 수상했는데, 자본주의'가 방송된 2012년에는 국무총리 표창, 한국방송대상 대상 등 십여 개의 상을 수상했다. 작가 고희정은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 어떤 삶을 물려줄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며 '자본주의'를 썼다고 한다. 작가로 일하기 전에는 과학교육이라는 본인의 전공에 따라 중,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쳤으며, EBS에서는 '딩동댕 유치원'이나 '방귀대장 뿡뿡이'같은 어린아이가 있는 집이면 누구나 보는 유명한 프로그램을 많이 썼다.
'자본주의'를 읽고 알게 된 것
자본주의에서 제일 쇼킹하면서 기억에 오래 남는 내용은 역시 1장에서 소개된 '빚'이 있어야 돌아가는 사회였다. 내가 대출이자를 갚으면 누군가는 파산한다는 건 생각도 못했던 자본주의의 본모습이었는데, 한편으로는 다행히 아직 파산하지 않았다는 점은 참 운이 좋았다고 생각될 정도다. 이 정도로 금융지능 없이 살았는데도 빚 안 지고 파산 안 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자본주의'를 영상으로 보고 충격받았던 부분을 책에서 반복해서 읽을 수 있는 점은 특히 좋았다. 보통 영상으로 볼 때는 쓱 지나고 나면 다시 돌려보는 건 잘하지 않으니 대부분 잘 모르고 지나가기 마련인데, 책은 반복해서 읽고 넘어갈 수 있으니 기억에도 확실히 오래 남는다. 게다가 자막까지 달린 영상이 한 페이지에 실려있었는데 자막 글씨가 너무 작은 게 함정이랄까?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자본주의의 정의에 대해 알아보자면, 자본주의(Capitalism)는 간단히 말해서 '자본을 굴려서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체제'를 의미한다. 옛날에 고등학교에서 정치경제에 대해 배울 때 분명히 정치적, 경제적으로 다른 개념이라고 배웠을 텐데도 난 왜 엉뚱하게 자본주의=민주주의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을까? 의문이 들었다. 고민의 답은 내가 '자본주의'의 의미를 정확하게 모르면서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내가 어릴 적에는 '자본을 굴려서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 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자를 거의 볼 수 없었다. (어릴 때 내가 살던 건물의 건물주는 능력자였는데 그런 사람은 한 달에 한번 집세 낼 때만 볼 수 있었다) 내가 만날 수 있는 대부분의 어른들은 '월급을 꼬박꼬박 은행에 저축해서 목돈을 만드는 경제 행위'가 대부분이었다. 일생일대의 가장 큰 염원인 '내 집마련'도 자본을 굴려서 이윤을 추구한 것이라기보다는 열심히 저축해서 만든 목돈 위에 대출을 얹어서 내가 (죽을 때까지) 살 집을 장만했으니 집주인, 건물주 눈치 안 보고 살 수 있다는 마음의 안정을 얻는 위로의 행위였다. 내가 경험한 자본주의는 '재화의 사적 소유'정도가 다였던 것이다. 이 책이나 영상을 보지 않았다면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4장 위기의 자본주의를 구할 아이디어는 있는가에서는 여러 가지 경제학적 관점들에 대한 부분에서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케인스의 거시경제학, 하이에크의 신자유주의 이론이 소개되었는데, 핵심 내용만 언급되어 간단히 소개된 편이라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었었는데, 얼마 후에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를 읽으면서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게 되었다.
글을 끝내면서
나만 그런 것인가? 자본주의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았다고 어디에다 불만을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경제개념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과 사회통념을 통해 배우고 굳혀지는 것이다. 늦게나마 이 책을 접하고 자본주의를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내 아이들에게는 자본주의에 대해 정확히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나 말고도 자본주의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꼭 읽어보길 바라는 책이다.